왜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걸까?

2012_7_25

태어나서 처음으로 글쓰기 강좌를 하고 있다. 성인들을 위한 회고록쓰기와 청소년을 위한 문화탐방 글쓰기로 도서관 협회에서 작가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소에 회고록 쓰기에 관심이 많이 있었기에 뭘 모르는 걸 가르치기 위해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강의를 맡게 되었다. 예전에도 생판 모르는 것에 대한 강의를 맡아(컴퓨터 프로그램), 그걸 열심히 공부하면서 마스터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그 때 저에게 배웠던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눈치못채셨다면 다행이고요) 자서전은 나이가 많거나 그 분야에 도가 튼 사람이 쓸 수 있는 반면 회고록은 누구나 쓸 수 있다. 20대도 10대를 떠올리며, 50대도 30대를 떠올리면서 자신이 겪었던 인생의 중요한 사건을 소설을 쓰는 것처럼 구성하는 것이다. 고로 소설을 쓰는 것과 다름없다. 소재가 자기 인생이라는 점,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만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차피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화 하는 것은 그닥 새로운 일이 아니니까. 외국에는 젊은 작가의 회고록(memoir) 형식의 자전적 소설이 인기가 많다. 데이브 에거스의 ‘비틀거리는 천재의 가슴아픈 이야기(heartbreaking work of staggering genius) 가 대표적이고.

아무튼 수강생들은 2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 성별의 사람들이었다. 자서전을 쓰기 위해 온 사람도 있고 회고록이 무언지 궁금해서 온 사람, 단순히 글쓰기가 좋아서 온 사람도 있었다.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다들 학창시절에 백일장을 휩쓸었거나, 성인이 되어서도 도서관 강좌를 꾸준히 들었던 분들이었다. 그런 베타랑급 수강자 앞에 선 나는 한 번도 글쓰기를 가르친 적이 없는 신참내기 소설가였던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강의 계획이 있었다. 몇몇 참고도서에서 훔친 글쓰기 훈련법과, 나름 공부하고 있던 이야기 작접을 섞어서 도움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과연 도움이 되었을까? 어제는 3개월 동안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는 마지막 시간이 있었다. 15명의 수강자 중에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10명. 무언가를 꼭 쓰고 싶은 게 아니라면 3개월 동안 어설픈 강의를 매주 들으러 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쓴 원고를 읽으면서 단편소설 심사라면 ‘문장이 왜 이래?’ 라고 첫 페이지를 읽고 휘릭 넘길법한 글도 결코 만만하게 보이지 않았다. 사실 내가 가르친 거라고는 테크닉일 뿐, 쓰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이 살아왔던 삶 속에 있는 진짜 이야기인 것이다. 아파트 사기 분양의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 구조를 통감하게 된 아주머니, 친구의 죽음을 통해 신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던 젊은 여자, 평생 폭압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다 해방된 할머니, 어느날 신경증에 무너진 주부….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가슴 속 사연을 풀어내기를 바랬기 때문에 A5 다섯 페이지가 아주 작은 공간이 되어 버렸다.  글을 읽다가 눈물도 흘리고, 차라리 말로 풀어버려서 아침마당 ‘나의 기구한 사연’ 코너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을 타박 타박 내려오는 길에 연장자 남자 수강자 삼인방에게 붙들려 막걸리를 마셨다. 알고 보니 두 분은 교장 선생님이다.(감쪽같이 신분을 속이다니) 늦었지만 시를 배우고, 동화를 배우러 여기저기 다니신다는 말씀에 살짝 부끄러워졌다. 최근에 모범적인 사람들을 별로 만나보지 않아서 세상에는 이렇게 바른 분들도 계시구나, 하고 속으로 감탄했다. 다음 달부터 다시 개설될 회고록 강좌 2기 때에는 조금 다르게 강좌를 꾸며봐야지…하는 다짐도 하게 되고. 결국엔 내가 강의를 하면서 더 많이 배웠다는 이야기. 물론 오랜만에 월급도 꼬박 꼬박 받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일 것이다.

* 마지막 강의 때 다과를 배풀어주시고, 선물(홈플러스 상품권 야호!)도 준비해주신 수강자 선생님들 감사드려요!
* 엎친데 덥친 격으로 8월 초에는 시립 미술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한 그림으로 글쓰기 강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