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재펜의 점심 특선

osaka

“영어로 꿈을 꿔 본적이 있니?”
문득 그녀가 영어로 내게 묻는다.
“응, 가끔은. 그런데 왜 그걸 묻니?”
내가 그녀에게 영어로 대답한다.
“갑자기 처음에 영어로 꿈을 꾸었던 때가 생각나서…. 일본에서 유학온 지 일 년 쯤 되었을 무렵이었나? 꿈에서 모든 사람들이 영어로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어. 나도 영어로 말하고 있었고.”
우리는 로스엔젤레스 다운타운에 있는 리틀토쿄의 한 작은 음식점에 와 있다. 나는 오랜만에 장어덮밥을 먹고 싶어 그것을 주문했고 그녀는 먼저 나온 메밀국수와 튀김을 먹고 있다.
“사실은 나..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때 영어를 그리 잘하지 못했어. 그래서 무척 스트레스를 받으며 열심히 공부했었거든. 미국 사람처럼 말하고 싶어 얼마나 안달이 났는지 몰라. 일본인들이 영어를 발음하기가 참 힘들잖아.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은 말이야.”
“그건 그래. 맥그도나르도.(맥도날드)”
“하하. 응, 우리에겐 언제나 맥그도나르도지”
그녀가 지금처럼 영어로 말하기 위해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영어로 꿈을 꾸게 되어 기뻤어?”
내가 묻는다.
“글쎄… 언젠가 선생님이 말한 적이 있지. 어느 정도 영어에 익숙하게 되면 영어로 꿈을 꾸게 될 것이라고 말이야. 농담으로 여겼는데 막상 영어로 말하는 꿈을 꾸게되니 뭐랄까…”
그녀는 말을 멈추고 메밀국수의 장국 그릇을 쥐고 한 모금 마신다. 내가 대답을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는 걸 아는지, 살짝 웃으며 입 매무새를 고친다.
“막상 그렇게 되니까 두려워지는 거야.”
“어떤 것이?”
“일본어를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바보같이 들리지? 그럴 리는 없는데… 하지만 영어로 되는 꿈을 꾸게 된 다음날 아침, 나는 울고 말았어.”
그녀의 볼이 약간 붉어진다.
“아마 오사카가 그리워진 거겠지.”
내가 말한다. 분홍색 생강 초절임을 씹는다.
“가끔 오사카에 있는 언니와 통화하는 걸 빼고는 일본어를 한 적이 별로 없어. 일부러 일본친구들도 만들지 않았고. 눈물을 흘리고 난 후에 나는 소리내어 중얼거렸어. 오사카와 아츠캇타데스.. 오사카와 아츠캇타데스….“
“무슨 뜻이야, 그게?”
“오사카는 더웠습니다.라는 뜻이야. 참 바보 같은 말이지? 왜 갑자기 그 말이 튀어나왔는지 몰라. 아마도 직접 소리를 내면서 내가 일본어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가끔씩은 오사카의 습하고 더운 공기와, 여름 내도록 지겹게 들리는 매미소리가 그리워져.”
그녀 앞에는 아직 야채와 새우튀김이 남아 있다. 그녀는 튀김쟁반을 내게 살며시 내민다.
“나 더 이상 배가 불러 못 먹겠어. 도와줄 수 있지?”
“물론이지.”
나는 새우튀김을 대나무 젓가락으로 집어들고 연한 간장과 무즙이 들어간 양념장을 듬뿍 바른 뒤에 안 입 베어 문다.
“요즘에도 영어로 된 꿈을 꾸니?”
내가 묻는다.
“응…가끔은. 하지만 이젠 울거나 하지는 않아. 그저 잠에서 깨어나 ‘오사카와 아츠캇타데스’ 라고 중얼거릴 뿐이지. 그럼 기분이 한결 나아져.”
나는 그녀를 상상한다. 깜깜한 침실에서 모국어로 주문을 외우고 있는 그녀를. 그 주문은 지구의 반대편에서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한 것일 테지만 해가 뜨면 그녀는 모국어를 잊어버리려고 애쓰겠지. 그것만이 타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튀김을 먹고 나니 더 이상 뱃속에 음식을 집어넣을 수 없을 만큼 배가 불러버렸다. 폐허가 되어버린 음식들의 잔해 앞에서 우리는 말없이 그렇게 계속 앉아 있었다. 그녀도, 나도 저 멀리서 들릴 듯 말 듯한 매미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을 것이다.

● 본 작은 단편소설 ‘캘리포니아 드리밍’으로 개작되었습니다.(‘도시와 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