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크레스트(hillcrest)

hillcrest

힐크레스트에서 저녁을 먹고 어슬렁 걸어다녔다. 근처의 에스프레소 커피숍에서 카푸치노를 마시고 샌디에고 위클리를 읽고 근처의 중고 서점에서(이상하게 부쩍 중고서점이 늘었다) 이것저것 책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냈었다. N을 본 건 중고서점 중 어느 곳, 책장 사이에서 였다. 미스테리 코너의 책을 살피다가 그는 내 어깨를 툭하고 치며 지나갔다.

나는 보고 있던 책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래이먼드 챈들러의 오래된 탐정소설 이었다.다시 책을 집어들었을 때엔 그는 벌써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책을 들고 카운터에 가서야 그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는 내쪽을 힐끗쳐다보면서 가게 유리창문 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계산을 끝마칠 때까지 마치 나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렇게 문 밖에 서 있었다.

예감이 왠지 좋지 않았다. 계산을 마치고 나는 차를 세워 놓은 골목쪽으로 걸음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뒤에서 그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발자국이 들렸다. 귓가에서 그 소리는 우렁차게 들렸다, 아니 그건 나의 맥박소리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되도록이면 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차가 있는 곳까지 다다랐다. 그리고 재빨리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숨을 몇 번 고르고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맙소사, 백미러를 통해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뒷자석에 앉아 있었다.

2004/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