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먹은 일이 잘 안되는 이유가 있다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 있을 때 화가 난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왜냐 하면 그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안되는 일중 가장 흔한 일은 글이 잘 써지지 않을때. 학교다닐 때에는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때, 좋아하는 여자가 나를 좋아해주지 않을 때, 돈이 될거라고 투자했는데 돈이 안벌어질 때 등등 이다. 이것 말고도 맘대로 안되는 일은 수없이 많지만 생략.

하면 된다,는 말은 이런 상황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하면 된다는데 왜 나는 안될까.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걸 아는지 모르겠다. 맘 먹은 일이 잘 안되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을. 바로 난쟁이 때문이다.

영어로는 Dwarf. 단어 자체도 참 특이한 이 난쟁이들은 보통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엔 분명 난쟁이들은 키보드를 누르려는 나의 손가락을 잡고 있다. 공부가 안될 때엔 귓속에 대고 야한 이야기를 중얼거리고 있다. 그 여자가 연락하지 않는 이유는 난장이가 그녀에게 나를 험담하는 이메일을 보냈기 때문이다. 장사가 망한 이유는 문 앞에서 난장이가 손님을 내 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이 난장이 때문이었던 것이다.

난장이를 알게 된 것은 우리동네 변두리 골목에 위치한 피시방이었다. 그 피시방은 퀴퀴한 냄새가 나는게 흠이지만 예쁜 알바생이 아이스 녹차를 쉴새없이 가져다 준다. 손님도 거의 없어서 단골인 곳이다.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피시방에 들러 한단설의 응모작들을 하나씩 읽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내 마우스를 만지작 거렸다. 혹시 한밤의 변태?

“자네, 오늘도 이 많은 글을 어떻게 읽으려고 해? 그냥 잠이나 자라고.”
“잠이 안와서 읽는 거니까, 신경좀 꺼주세요.”
“아이씨, 미안하다고! 자네가 하려고 하는거 내가 다 방해했으니까 이제 고민하지 말고 자란 말야. 자네가 잘못해서 그런거 아냐. 다 나 때문이니까, 한밤에 이런 곳에 와서 자책하지 마.”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의자에서 내려오자 키가 앉아있을 때보다 작아졌다. 음. 이럴 때 웃으면 아주 매너없는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웃음을 참았다. 피시방 휴게실에 티비를 켜놓고 그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컵라면을 하나 사줄거냐며 묻길래 그러라고 했다. 단 새우탕으로 함께 먹자는 조건. 라면을 후루룩 쩝쩝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먹으며 그는 왜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일이 제대로 안됐는지 자신의 사악한 죄악을 조목 조목 고백했다. 나는 난장이의 말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이 모든 게 나의 잘못만은 아니었구나.

난장이는 라면을 다 먹고 떠났다. 새우탕의 비릿한 냄새와 먹다남은 단무지, 플라스틱 용기가 테이블에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맘먹은 일이 잘 안되는 이유가 그의 방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는데도 나는, 이게 모두 난장이의 탓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그것도 난장이 탓인가?

아무튼 안된다고 너무 화내지 말자. 해도 안되는 일이 있다. 그럴 땐 자책하지 말것. 당신이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이 당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한번쯤은 난장이를 떠올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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