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와 엄마, 누나와 함께 광복동 거리를 걸었다. 요즘 한참 루미나리에 트리 축제가 벌어지고 있어서 이 근방은 교통 통제가 되고 있다. 반짝 반짝 빛나는 불빛이 구 다운타운 한가운데를 가르고 있으며 여러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가령, 레드 카펫 사진 존, 불빛 곰돌이, 불빛 날개 등등. 일부러 조카와 엄마, 누나까지 불러 구경시켜 주었다. 평사리 가는길, 에서 맛있는 저녁도 먹고 말이다. 엄마는 밖에서 저녁을 사드린다고 하면 자식들이 돈을 쓸까봐 전전 긍긍하신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어렸을 때에도 우리집안은 외식 같은 걸 해 본적이 없다.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는(물론 그 이유도 있지만) 외식 자체를 부모님이 싫어했던 것 같다. 전라도 출신힌 부모님은 밖에서 파는 음식이 맛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대학생이 되고 난 뒤에야 밖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왜 밥집이 집에서 파는 밥보다 훠얼씬 맛이 없는지 이해가되지 않았다.
광복동에는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반면, 돌양이 가게를 하고 있는 광안리로 가보니 사람이 없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여 선물을 구입하는 때가 아닌가 싶었지만 바닷가 주변은 횡했다. 광복동 거리처럼 바닷가에 반짝 반짝하는 트리라도 달아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글쎄. 가게로 가니 나의 크리스 마스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둥, 돌양이 아이패드를 선물한 것이다. 이건 돌양 스럽지 않은 지출 규모의 선물이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정말 있나 보다. 하.하.
기욤미소의 소설 ‘그 후에’를 휘리릭 반쯤 읽었다. 프랑스 출신의 이 작가의 소설은 나올 때마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인기를 끈다고 해서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다. 지금까지 읽은 바에 따르면 너무 얄팍하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식이라는 건 알겠지만 소설이라면 전형적인 것에 뭔가 더 깊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차라리 영화를 보는게 나을 지도. 비슷하지만 다른 예로 빅 픽쳐라는 소설을 들 수 있다. 뻔하지만 분명 빅 픽쳐는 영화를 능가하는 박진감이 있었던 것이다. 반전이 있다고 하니 더 읽어봐야 하겠지만 글쎄. 이런 소설을 예닐곱개나 내고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었다지만 그리 부럽지 않다. 아닌가? 사람들은 이런 뻔한 이야기를 바라는가?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