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쓰려면

 

2013_07_10나는 점점 한의원 부원장님을 신뢰하게 되었다. 오늘도 손가락 때문에 한의원을 찾았다. 그것도 문을 열자마자 아홉 시에. 청소를 하는지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다시 집으로 올까, 하다가 용기를 내어 들어갔다. 다행히 나보다 일찍 온 손님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성의 없는) 원장은 침을 (성의 없게) 손가락 주위에 세 방을 놓고 사라지고 마침내 부원장님이 등장했다.
“오늘은 좀 어떠세요?”
“어제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손가락이 이렇게 펴지는 걸요?”
부원장님의 신비로운 터치에 치료가 된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런데 손 마디의 검은 색은 뭘까요?”
그는 한참동안 검지의 손마디를 관찰했다. 말하기 전에 골똘히 생각하는(혹은 생각하는 척 하는) 버릇이 있다.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을 천천히 해 주었다. 사이비로 들리기 보다는 독학자의 철학처럼 들렸다고나 할까? 손가락을 몇 번 문질러 주더니 ‘저녁이면 다 사라질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기하게 지금은 검은 자국이 다 사라졌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그와 약간 더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모든 병은 진단이 가장 중요하단다. CT나 MRI 등 병원의 첨단 장비로 몸 속의 사진을 찍는다고 한들 진단할 수 있는 병이란 고작 20%. 당연하다. 내 손가락이 갑자기 부은 것에 대해 정형외과 의사는 시원스러운 답변을 내지 못했다. 그는 내가 타이핑과 피아노 연주를 많이 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손가락을 치면 반동으로 충격이 오는데 그 파동이 뼈마디에 쌓여서 병이 생겼다고 진단해주었다. 걱정했던 통풍(원장이 의심했던 것)은 아니란다. 손가락을 쓴 뒤에느 반드시 마사지를 해 주라는 것도 덧붙였다.

냉찜질을 할 때 간호사에게 부원장에 대해 슬며시 물어봤다.
“작년에 오신 분인데, 우리 한의원 이름이 약손 한의원이잖아요. 저 분이 손으로 물리 치료를 잘 하세요.”
원장은 사장 격이고, 사실은 부원장인 그가 환자를 거의 다 치료하는 것 같았다. 이것저것 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나에게 어떤 운동이 좋을지를 물어봤는데 또 한참을 머뭇거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조깅이나 등산은 좋지 않아요. 역기를 드는 게 좋을 겁니다.”
과연, 이건 헬쓰 트레이너가 해줬던 말과 똑같다. 내일이면 손가락은 다 나을 것 같은데 어쩐지 매일 매일 한의원에 가고 싶다. 아니, 최소한 장편소설 한 편을 쓰기 전에 혹은 후에 들르는 것도 좋겠다. 허리가 아프다는 어머니에게도 전화에서 우리 한의원에 한 번 들러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오후에는 라디오 방송 녹음을 하러 갔다. 힐링글쓰기라는 코너를 4개월 정도 맡았는데 오늘, 마지막 3회를 한꺼번에 녹음했다. 결국 좋은 글을 쓰려면 다양한 시선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머리가 남들보다 말랑 말랑해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질 수 있다면 더욱 좋고.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좋은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잘 노는 사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뭐, 그런 취지의 말로 잘난 채를 좀 했다. 돌아오는 길에 국제시장을 통과했는데 시장 한가운데에 작업실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심하면 길거리에서 뭔가를 먹고 분주한 사람들 틈으로 걸으면서 여러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2013/7/10 수요일

프렌티안 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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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부터 오늘 9월 3일까지 계속 프렌티안 섬(말레이시아)에서 보내고 있다. 올해 초에 싼 항공표가 있어서 별 생각 없이 구매해놓은 건데 생각 외로 산호가 잘 살아 있고 숙소도 이런 저런 곳이 많고 음식도 맛있다. 일기를 노트에 계속 적고 있는데 언제쯤 제대로 써서 올릴 지는 알 수 없어서 간단히 올려본다. 카누도 타고, 스노클링도 하고, 숙소도 두 번 바꾸고, 암벽도 등반하고, 정글도 탐험했다(뒤의 두 개는 원했던 건 아니다) 9월 10일까지 죠금 의뭉스러운 이 숙소에서 머물 예정이다.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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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앞두고 정리해야할 일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마감해야 할 단편소설, 짧은 소설도 있고, 줄거리를 요약해야 하는 장편소설도 있다. 한페이지 단편소설의 700자 소설도 심사해야 하고 몇 권의 장편소설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찾아와 인사를 하기 때문에 또 한 번씩 만나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갈매기 맥주집에 들렀다. 어제는 4차의 커피숍-술자리, 오늘은 2차의 밥-술자리였다. 마지막은 언제나 갈매기. 신기하게 오늘 들른 갈매기에는 외국인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무슨 한국인 모임이라도 하나 싶었는데 어떻게 소문이 퍼졌는지 다들 처음, 아니면 두번째로 찾아오는 것 같았다. 오늘은 예전에 한 번 말로 듣던 합 머신을 통과한 애일 맥주를 마셨다. 생생한 합을 맥주에 통과 시켜서 향기를 들이 붓는 것이다. 향이 강해졌긴 해도 그게 더 맛있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보동이는 운 좋게 제주도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시간이 나지 않아 맡길 수 없을 줄 알았으나 돌양의 친구의 사촌동생이 보동이를 준석커플에게 인수해준단다. 보동이는 내일 또, 비행기를 탈 것이다. 돌아올 때엔 설마 우리를 몰라보지는 않겠지. 돌양은 청소를 해야 한다고 부산을 떨고 준비물을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챙겨야 할 게 많다. 주로 컴퓨터에 무엇을 담고, 어떤 음악을 가져갈지를 고민하는 거지만. 코스는 1개월로 동남아시아를 갔다가. 10일 정도 쉬고 로마로 가서 3개월을 지내는 거다. 동남아시아는 프렌티안 섬과 푸켓 섬이 목적지인데 가보지는 않았지만 지난 번에 동남아를 경험해서 그닥 걱정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출발할 날이 일주일 정도 남으니까 슬슬 걱정이 된다. 숙소는, 공항에서 이동 등등의 세세한 것들을 검색해보다가 훌쩍 한 시간이 지나버렸다. 사실은 이런 걸 알아보는 시간이 여행 재미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바빠서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싶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 오늘은 견딜만했다. 더워서 점심을 사먹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냉동실에 있던 조기를 꺼내 생선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먹기도 전에 땀을 많이 흘렸다. 도서관은 토요일날 일찍 마치고, 한단설 심사를 컴퓨터로 볼까해서 동네 피시방을 찾았다. 아뿔싸, 동네 피시방에는 초딩들이 모여서 전투에 여념이 없었다. 다른 피시방을 갔지만 이번엔 어른들이 담배를 피워댄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침실에 에어컨을 켜고, 돌양의 컴퓨터를 빌려서 작업을 했다. 작은 방에서 에어컨을 키면 뭔가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싫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더운데 말레이지아는 얼마나 더울까?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