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요즘은 초등학생들이 어린이날때 어떤 선물을 받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초등 학교에서 쵸코파이나 과자등과 필기구 세트를 골고루 나누어서 받은 것 같아요. 몇몇 학부모님들이 그날 나와서 선물을 사주는게 솔직히 부담스럽고 뭣한 기분이었습니다.(우리 엄마가 안왔기 때문이었을런지도^^)
지금 제가 어린이라면 PSP를 사달라고 조르겠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과학놀이 조립세트 (과학상자라고 불렀던것 같습니다. 경진대회도 있었구요)같은 것이 갖고 싶었습니다. 좀더 복잡한 형태의 레고세트라고 보면 되겠는데, 철제 블럭을 이리저리 조합하고 모터까지 달려있어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 수 있었어요. 그 때는 무척 그것이 비싸서 부잣집 아이들만이 갖고 있었답니다. 흐음, 그러고 보니 지금 당장 가서 사오고 싶은데요.
또 하나 갖고 싶었던 것은 알토나 테너 리코더(피리) 세트. 초등학교 5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리코더 합주부를 만들어서 교향곡을 연주했습니다. 상상이 가나요? 피리는 우리가 흔히 부는 소프라노 작은 피리하고 알토, 테너, 바리톤 피리까지(순서대로 커집니다) 있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장난감 교향곡을 편곡해서 서른남짓의 아이들이 피리합주를 열심히 한것이 기억납니다. 지금도 그 교향곡의 전부를 외울 수 있을 정도에요. 저를 매료시킨 것은 알토 피리의 약간 낮은 공명의 음색입니다. 비오는 날 러브스토리 같은 것을 알토리코더로 부르고 있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어린 나이에도 괜히 센치해졌어요. 이것도 약간 비싸서 저는 작은 소프라노 피리밖에 불 수 없어서 그것이 참 갖고 싶었답니다. 하핫 이것도 이야기가 나오니 바로 사고 싶군요.
나이가 들수록(1974년생이 이런 말 하면 안됩니다만), 그렇게 구체적으로 갖고 싶어지는 것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막연하게 어떤게 갖고 싶다, 라고 꿈꾸는 게 많아집니다. 그런 것을 가질 수 없다는 게 점점 현실이 되면 어릴적 뭔가를 갖고싶다가 못갖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상실감이 생깁니다. 그건 어린이날때 받지 못하는 선물때문에 느끼는 상실감보다 훨씬 강렬하고 현실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