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마지막 곡을 만들었다.

딱히 마지막곡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100번째 곡이다. 물론 100번 다른 곡을 만든 건 아니고 중간중간 반복된 곡이나 커버곡도 있고, 곡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곡도 있다. 아마도 70여곡이 되지 않나 싶다. 이사 직전부터 만들었으니까, 삼년 하고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누가 하라고 밀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열심히 찾아서 한 취미 생활의 결과.

이걸 하면 돈이 나오는가? 절대로.
대신 즐거움이 생기고 그 기록이 남았다.

마지막 곡의 영상은 가시리의 벚꽃과 유채밭 풍경이다. 둘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간이 3-4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가까이 살아도 딱, 맞춰서 보기 힘들다. 그날, 가시리에 가는 길에 한 번 들러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에 갔다가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어봤다.

처음 100곡의 음악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이런 식의 음악을 만들거라고 생각은 못했다. 한계에 봉착하기도 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의 수렴점을 찾기도 했다. 이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다. 거창한 거 말고 심플하게 문득.

#099 아주 오래된 가을

 

돌이켜보니 2017년 가을은 많은 일이 있었다. 돌양이 일을 맡아서 바빠졌고,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많이 편찮으셨다. 육지를 왔다갔다 하면서 정신이 없는 사이,  준비하던 장편소설을 써야 했다. 그래서 한 동안 음악을 만들지 못했다. 새해가 들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작업에 들어갔는데, 음악을 만들려고 영상을 만든 걸 보니 지난 가을이다. 가시리의 큰 사슴 오름에도 오르고, 삼다수 숲길도 걸었다. 아마 그 당시에는 가을이 편안할 걸로 생각했나보다. 음악은 하나의 아이디어에 리듬과 이펙트를 조정해서 지루하지 않게 편곡하는 걸로 해보았다. 내가 원하는 만큼 완급효과는 주지 못했지만 100개의 음악 중 99번째로는 괜찮은 듯 하다.

#098 여름 밤

깜빡 잊고 올리지 않은 98번째 곡. 99번째 곡을 4개월만에 올리려다 98번째 곡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도, 아무 걱정이 없었던 9월달에 만든 곡이다. 이후에 이런 저런 개인적인 일이 정신없이 생겨서 곡을 만들지 못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평상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 이제야 알겠다. 하지만,  별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마조마하는 삶도 재미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