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내내 태양일 내리 쬐는 느긋한 캘리포니아 에서도 이정도의 휴양지 같은 기분이 드는 도시는 드물다.산을 등에 지고 바다를 앞에 두는 지형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하얀 벽에 황토지붕의 집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들어차있다. 집도 스패니쉬 스타일이 기후도 지중해성 기후라서 ‘사우스 코스트’ 라고도 불리고 미국의 리비에라(프랑스 휴양지)라고도 불린다니 그럴듯하다. 위치도 해안도로 101번에 있어서 예전에도 몇 번 들렀다. 너무 그림 같이 아름다워서 왠지 정이 가지 않는 도시라고나 할까? 1,2주를 이곳에 있으면 실생활 감각이 떨어져서 ‘원래 세상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거야’ 라고 늘어질 것만 같다. 너무 복잡한 곳에 살다가 이런 리조트같은 도시에 오면 왠지 즐겁게 지내는 건 영원할 수 없다, 라고 느껴진다. 물론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멋진 날씨 처럼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무튼 기차에서 내려 맨 처음 달려 간곳은 산 중턱에 있는 산타바바라 미션이다. 멕시코인들을 교화시키기 위해서 스페인 사람들이 지은 여러 교회가 캘리포니아에 있는데 산타바바라의 미션은 그중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오래되고 아름답다. 마침 매년 있는 축제일에 맞춰서 파스텔로 그림 그리기 대회가 있었나 보다. 똑같은 크기 안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스폰지 밥도 있고 각종 동물이나 성스러운 그림까지 다양했다. 미션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태평양과 함께 집들이 펼쳐진다. 바람은 적당히 시원하고 공기는 상쾌하다. 다음날에는 느긋하게 다운타운을 누볐다. 꽤 신경을 써서 꾸며놓은 동상들과 노천 카페들, 오래된 교회와 법원 도서관등을 걸어다녔는데 크지는 않지만 깔끔했다. 그렇다, 너무 깔끔했다. 인공적이다. 당연히 제조 맥주집에도 가고 해산물 요리도 잔뜩 먹었다. 단 하루만 잤는데도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은 이유는 뭘까? 로스앤제레스로 가는 길에 하루만 머물도록 계획을 짠게 얼마나 다행으로 느껴졌는지 모른다. 지저분하고 따분한 로스엔젤레스로 가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였다. 오후 다섯시쯤 다시 기차를 탔다. 바닷가에 딱 붙어서 기차는 남쪽으로 향했다. 로스앤젤레스로 향한다. 3년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