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a barbara 2008.5

ori (2)

일년내내 태양일 내리 쬐는 느긋한 캘리포니아 에서도 이정도의 휴양지 같은 기분이 드는 도시는 드물다.산을 등에 지고 바다를 앞에 두는 지형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하얀 벽에 황토지붕의 집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들어차있다. 집도 스패니쉬 스타일이 기후도 지중해성 기후라서 ‘사우스 코스트’ 라고도 불리고 미국의 리비에라(프랑스 휴양지)라고도 불린다니 그럴듯하다. 위치도 해안도로 101번에 있어서 예전에도 몇 번 들렀다. 너무 그림 같이 아름다워서 왠지 정이 가지 않는 도시라고나 할까? 1,2주를 이곳에 있으면 실생활 감각이 떨어져서 ‘원래 세상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거야’ 라고 늘어질 것만 같다. 너무 복잡한 곳에 살다가 이런 리조트같은 도시에 오면 왠지 즐겁게 지내는 건 영원할 수 없다, 라고 느껴진다. 물론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멋진 날씨 처럼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무튼 기차에서 내려 맨 처음 달려 간곳은 산 중턱에 있는 산타바바라 미션이다. 멕시코인들을 교화시키기 위해서 스페인 사람들이 지은 여러 교회가 캘리포니아에 있는데 산타바바라의 미션은 그중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오래되고 아름답다. 마침 매년 있는 축제일에 맞춰서 파스텔로 그림 그리기 대회가 있었나 보다. 똑같은 크기 안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스폰지 밥도 있고 각종 동물이나 성스러운 그림까지 다양했다. 미션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태평양과 함께 집들이 펼쳐진다. 바람은 적당히 시원하고 공기는 상쾌하다.

다음날에는 느긋하게 다운타운을 누볐다. 꽤 신경을 써서 꾸며놓은 동상들과 노천 카페들, 오래된 교회와 법원 도서관등을 걸어다녔는데 크지는 않지만 깔끔했다. 그렇다, 너무 깔끔했다. 인공적이다. 당연히 제조 맥주집에도 가고 해산물 요리도 잔뜩 먹었다. 단 하루만 잤는데도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은 이유는 뭘까? 로스앤제레스로 가는 길에 하루만 머물도록 계획을 짠게 얼마나 다행으로 느껴졌는지 모른다. 지저분하고 따분한 로스엔젤레스로 가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였다. 오후 다섯시쯤 다시 기차를 탔다. 바닷가에 딱 붙어서 기차는 남쪽으로 향했다. 로스앤젤레스로 향한다. 3년만이다.

 

28시간 기차 2008.5.30

ori (1)

한단설에서 바로 글을 쓰다가 날아가서 울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 ‘바보 같잖아!’ 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기차를 타고 포틀랜드에서 산타 바바라 까지 오던 28시간 코스를 쓰다가 컴퓨터가 멎어 버렸다. 결국 40분 동안 열심히 썼던 걸 날려 버렸다. 정말 이런 일은 순식간에 생긴다. 워드에서 쓰지 왜!!! 라고 해봤자 이미 늦어 버린 것이다. 이런 일에 대해서는 주위에서 잔소리는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튼 요지는 포틀랜드에서 산타바바라까지 28시간 바보같이 기차를 탔다는 것이고, 캘리포니아 서해안으로 멋드러지게 기차가 달렸다는 것이다. 바다위 절벽을 달리는 두세시간의 코스가 지겨워질 정도였다. 태평양 고래는 보지 못했지만 나사NASA의 로켓 실험장은 보았다, 정도가 요약이다. 참, 중간 오클랜드 역에서 샌드위치를 사먹었는데 주인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도 적었다.

이렇게 다시 요약하니 1/3 로 줄어들었지만 할 이야기는 다 한듯. 기차 여행기는 이제 거의 끝나가는 듯 하다. 이걸쓰면 쓸 수록 다시 가고 싶어진다. 좀 기간을 넉넉하게 잡아서 보다 많은 도시에 내리고 싶다. 가령 산 루이스 오비스포 같은 캘리포니아의 엉뚱한 도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내려 그 동네의 역사를 배우고, 도서관에 가고, 맥주집이나 와인 농장에 간다. 삼사일 정도 있으면 그 동네의 기후와 특산품을 알게 될 것이다. 뭐 그런 생각을 해본다. 너무 심심한 곳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다운타운은 걸어서 다 둘러볼 수 있으면 좋다. 차가 없으면 약간 불편하지만 ‘너무 불편하지는 않은’ 수준이면 좋겠지. 이런 식으로 평생을 3일마다 다른 마을에서 깨어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사실은 그런 식의 소설을 써볼까도 생각했다.

아, 글을 날리게 되니 이런 이상한 이야기를 써서 죄송합니다.

Portland 2008.5

ugboat(예인선)이라는 제조 맥주바
ugboat(예인선)이라는 제조 맥주바

오레건 주의 포틀렌드는 4일 정도 밖에 머물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도시다.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 거기엔 내가 좋아하는 세가지가 모두 갖춰져 있다. 서점, 도서관, 맥주.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이라고 하나 그리 크지는 않다)인 파웰(Powell)서점, 그럭저럭 볼만한 공립 도서관,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제조 맥주집이 있다. 알고보니 커피로도 유명한 도시다.

시애틀에서 포틀랜드 까지는 자동차를 빌려서 운전해 왔고 여기에서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까지 또 스무시간 넘는 기차를 탈 계획을 잡았다. 숙소는 다운타운에서 다리를 건너(여기엔 철제 다리가 많다.) 컨벤션 센터 근처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을 잡았다. 포틀랜드는 모든게 시애틀 보다 저렴하다. 이곳은 돈 있는 사람이 사는 도시가 아니라 ‘이상한 사람들’이 꾸역 꾸역 모여드는 도시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척 팰라닉이 쓴 포틀랜드 가이드북에 보면 이곳에 사는 사람은 최소한 세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단다. 아침에는 슈퍼마켓 캐쉬어를 하고 오후에는 서점에서 일하고 프리랜서 작가이기도 하다, 라는 식이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의 도시 중에서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대도시라서 예전 부터 히피들의 안식처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정말 거리를 걷다보면 자기 멋대로 사는 사람들과 마주 친다. 레즈비언 할머니 홈리스의 고함소리도 들어야 하고, 오가닉 샌드위치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젊은 홈리스가 커다란 개와 함께 거리에 앉아 있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운타운은 무너져 쇠락하는 부분과 멀쩡한 현대적인 건물이 공존해 있다. 걸어서 끝까지 두시간 정도면 다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다.(물론 주거 지역은 그 보다 훨씬 방대에게 퍼져 있지만) 오십년, 백년쯤은 넘었을 법한 간판이 다 떨어지는 건물도 있고, 은행이나 보험회사 같아 보이는 번쩍 번쩍 빛나는 건물도 있다. 그리고 건물 사이에 수많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이 동네는 비가 많이 와서 나무들이 많은데(근처에 유명한 폭포도 있다) 도시 전체가 공원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튼, 삼사일 동안 최대한 갈 수 있는 많은 맥주집을 방문해서 술을 마셨고(이건 조사차원이다. 진짜다), 파웰 서점에는 꼭 하루에 한번씩 들러 책을 보았고(주말에는 자정까지 여는 서점 만세 ! 카페의 커피도 2달러도 안한다 만세!), 그 옆에 있는 회전 초밥집에도 두번 이상 갔다.(물론 맛있고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뭐, 이정도니까 몇개월 있어보고 싶었지만 대륙 종단을 위해서 기차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음음, 이상하게 다음에 꼭 한 번 더 들를 것 같은 예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이런 으스스한 오래된 간판들이 많다. 가게는 물론 비어있겠지.


그유명한 포웰서점입니다. 저기안쪽 건물과 이어져서 구조가 좀 복잡하다


포틀랜드의 쾌적한 지상철. 시내를 뱅글 뱅글 돌다가 각자의 길로 빠져나간다. 시내에서는 무료!!!!


우주선도 붙어져 있고 외계인도 트렁크에 납치되어 있는 자동차. 뭐, 이런건 포틀랜드에서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