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waii Epilogue

h_ep

“하와이의 가장 좋은 것들은 모두 공짜다.”

하와이에서 두 달 정도 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부산 광안리 바닷가에 살고 있는데도, 다른지역에 비해 겨울이 그리 춥지 않은데도 그런 생각을 해 왔다. 미국에 가는 길에 스탑오버로 너댓번 정도 가 본 적이 있어서 하와이의 좋은 점들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돌양과는 2009년 봄에 한 번 다녀왔는데, 돌양은 여러 여행지 중에 하와이가 가장 좋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날씨도 좋고, 하늘도 맑고, 바다도 푸르지만 사람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처럼 하와이가 좋은지는 솔직히 나도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올 겨울은 유난히 바빴다. 돌양은 밀려드는 디자인 업무 때문에, 나는 두 편의 긴 소설을 완성하지 못한 채로 세번째 소설을 마감하느라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가고 있었다. 그래서 짬이 날 때마다 쌓아둔 마일리지로 하와이를 갈 수 있는지 체크해보곤 했다. 우리같이 하와이로 떠나고 싶은 사람이 많은지 턱 없이 높은 마일리지로 늘 책정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저녁에 저렴한 마일리지로(4만 마일) 하와이를 왕복할 수 있는 표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두 달 짜리로. 출발은 약 한 달 뒤. 일단 표를 끊어 놓고, 다시 미친 듯이 일을 했다. 숙소도 구하지 않았고 와이키키 이외에 어디를 갈지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나는 이런 식의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숙소부터 시작해 렌터카와 여행 일정까지 빈틈없이 준비되어야 안심할 수 있다. 게다가 이건 일주일 정도의 관광 여행이 아니라 두 달 정도 사는 것이다. 아무렇게 갔다가는 길에 나 앉을 수도 있다. 나름대로 인터넷으로 숙소를 알아보긴 했지만 현지에서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독하게 바빴고. 떠나는 전날까지 우리는 일에 매달리다, 드디어 날짜에 떠밀려 출발하고 말았다. 당연히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유스호스텔에서 젊은 사람들과 부대끼고, 집을 구하는데 몇 번의 퇴짜를 맞은 뒤에야 기적적으로 와이키키 한 가운데 아파트를 방 두개짜리 아파트를 얻었다. 방 하나를 민박삼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면서 본격적으로 하와이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하와이 생활과는 전혀 다르게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친구들은 두 달 동안 하와이에 살면서 무얼 했느냐고 묻는다. 비즈니스 적으로는 세 팀의 한국 사람들, 세 팀의 외국 사람들을 민박 손님으로 받았다. 책은 여행서만 읽기 위해 노력했다. 소설은 쓰지 않고 매일 매일 일기만 썼다. 와이키키 앞바다에서 스노쿨링이나 바디보드를 타고,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놀았다. 두 달간 노는 것은 두 달간 일하는 것만큼 힘들다는 걸 알았다. 마우이 섬으로도 다녀왔다. 마우이에서는 쉐비 임팰라를 몰았고, 거북이와 함께 수영했으며, 50번은 넘는 구불구불한 길을 턴했다. 석탄이 필요 없는 야외 바베큐를 했고, 인적 없는 해변가에서 보름달 아래 키스를 해 봤다. 마이애미 누드비치에 이어 마우이 누드 비치에도 원정을 갔으며, 마우이의 초라한 폭포도 구경했다. 오아후 섬의 북쪽 해안에도 서너번, 동쪽 해안은 더 자주 다녔다.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잃은 적도 있고, 마우나 폭포에도 가봤다. 세계 최대의 아웃도어 쇼핑몰이라고 자랑하는 알라모아나 쇼핑몰은 언급하지 않겠다. 부끄럽게도 이곳의 푸드코트에 대해서는 조금 안다. ROSS 매장에 열 번 정도 간 것은 다 돌양 탓이다. 하와이 주립도서관, 와이키키 도서관, 카일루아 도서관에도 갔다. 물론 반즈앤 노블과 보더스 서점에도 들렀다. 심지어 아마존 탓컴에서 책을 세 권 주문하고, 헌 책도 네 권 샀다. 와이키키의 초특급 호텔의 로비와 역사에 대해서도 알만큼 안다. 난생 처음 관광 가이드가 되어 9인승 밴을 몰고 오아후섬을 한 바퀴 돌기도 했고, 수백마리의 물고기 떼들에게 둘러 쌓이기도 했다. 생전 처음으로 다이빙을 했으며, 바디보드는 중급 정도로 탈 수 있게 되었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을 한 번 했다. 일본 지진때문에 쓰나미 경보를 들었고, (친구의)차를 견인 당해 봤으며, 차가 멈춰서 점프 스타트를 해 보기도 했다. 우클렐레 두 대를 샀고, 한 대는 공짜로 얻었다. 한 명의 한국 뮤지션을 만나고 두명의 유학생과 어울리고, 한 분의 현지 교수님과 친구가 되었고, 한 명의 여자가 나를 유혹했다(혹은 그렇다고 나는 주장한다) 같은 식당(한국 바비큐)에 다섯 번 이상, 같은 바(비밀이다)에도 다섯 번 이상 간 적도 있다. 내가 먹은 아히 참치와 쇠고기 스테이크는 총 몇 킬로그램인지 모르겠다. 내가 마신 코나 맥주도, 코나 커피도… 나중에는 우리동네 홈리스들의 얼굴을 다 파악했고, 무뚝뚝하던 한국 식당 아주머니도 말을 건넸고, 바텐더는 알아서 내 술을 주문해 주었다.

생각난 것만 이정도인데 매번 사람들에게 내가 한 것들을 다 이야기해줄 수가 없다. 어디든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나열하기 보다는 추상적인 말로 일관하기 때문에 – ‘호텔과 쇼핑몰말 다녀서 지루했어.’ ‘술만 마셨어.’ ‘아기자기하게 좋았어.’ ‘너무 더워서 힘들었어’ – 나는 되도록이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저 많은 것들을 다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분명 하품이 나올게 분명하니까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말해줄 것이다. ‘하와이의 가장 좋은 것들은 모두 공짜다.’ 어느 하와이 블로거 사이트에 써 있었던 말인데 그 문장이 결국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와이 하면 예상할 수 있는 비싼 호텔, 맛있는 음식, 명품 쇼핑을 사러 하와이에 오는 건 아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달달한 공기, 화려안 꽃과 나무, 맑은 바다와 수 많은 물고기들, 그리고 여유로움… 이런 것들을 즐기러 하와이에 오는 것이다. 아쉽게도, 이런 것들은 다 공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체험해야 느낄 수 있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 나는 문득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좋은 것은 공짜가 아닐까? 인생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뭔가 좀 상황이 다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헬스클럽을 다녀야 하고, 영양제도 먹어야 하고, 몸에 좋은 것을 먹기 위해서는 유기농 농산품과 한우를 사먹어야 하고, 공기 좋은 곳에 가기 위해서는 차가 있어야 한다.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교 공부도 모자라 과외를 해야 하고, 대학생들은 공무원 시험준비에다 취직 준비도 해야한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밤늦게까지 일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몸에 나쁜 술로 푼다. 아파트 평수는 좀 넓어야 하고… 결국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돈, 지위, 권력이 필요하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어차피 공짜일 텐데, 우리는 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일까? 매일 아침 좋은 공기를 들이 마시고 파도를 한 시간 정도 탈 수 있다면 – 혹은 산을 오르거나, 숲을 산책하거나, 강이나 바다에서 수영을 한다면 – 인생의 질이 달라질 텐데, 그걸 친구, 가족과 함께 하면 저절로 우정과 사랑을 키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왜 그럴까?

Hawaii Day 55

day55

아침일찍-새벽 여섯시 에 일어나 샤워를 했다. 짐은 전날에 다 싸두었지만 혹시 용량 초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대한항공은 50파운드 짐을 두 개 실을 수 있다고 하는데 큰 가방의 짐이 무게 꽤 나갈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단 짐을 내려 놓은 뒤, 열쇠를 집에 두고 문을 잠근 뒤 계단으로 내려왔다.(이 아파트는 열쇠가 없으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데 열쇠를 건네줄 관리인 아주머니가 이른 시간에 나오실 수 없어서 택한 방식이다.) 정들었던 이 집도 마지막. 열쇠를 키친 카운터에 놔두고, 문을 닫기 직전 아파트를 한 번 둘러 보았다. 오십일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가 살았고, 다른 사람들도 스쳐간 집, 2011년의 하와이 여행의 베이스 캠프가 되었던 집이다. 하수도가 막힌 적도 있고, 티브이가 고장나고, 음식을 제때 치우지 않으면 바퀴벌레가 급습하고, 아침에 거리에서 들리는 청소차 소음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우리가 편안하게 자고, 먹고, 쉴 수 있었던 곳이다. 처음 이곳을 구경하러 왔을 때부터 이곳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이곳이 없었더라면 하와이 여행은 꽤나 다른 방향- 아마도 우울한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방과 거실, 화장실을 한번씩 둘러보고 놔둔 것은 없나 다시 한번 체크 했다. 이제 열쇠를 안에 넣고 문을 닫으면 다시는 열지 못하게 된다. 문을 닫는 것이 여행을 마치는 것 같은 의식처럼 느껴졌다.

예약한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공항으로 향했다. 돌양의 비행기는 델타고 나는 대한항공. 원래 돌양이 나보다 30분 정도 뒤인 정오 비행기였는데 일본인 승객 감소로 나보다 두 시간 앞선 비행기로 스케줄이 변경되었다. 그래서 함께 공항에 도착한 것은 8시. 돌양이 체크인을 먼저 하고, 나도 하려고 하니 대한항공 카운터는 아직 열지도 않았다. 입국장에 돌양을 먼저 보내고 카운터 앞에서 짐을 챙겼다. 어제 산 커다란 짐가방의 무게가 어쩐지 기준치를 초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것 저것을 빼 봐도 무게를 재어 보니 조금 더 나간다. 30파운가 기준 인줄 알았는데 50파운드란다. 그래서 뺐던 짐을 다시 집어 넣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돌양의 탑승구로 가보니 막 탑승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돌양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돌양은 도쿄를 지나 부산으로, 나는 인천을 지나 부산으로 비슷한 시간에 만날 예정이었다. 공항에서 두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아침을 안먹었기에 일단 푸드 코트에 가서 중국 음식점의 아침 스페셜(볶음밥+스크램블+소세지)을 먹었다. 호놀룰루 공항 한 가운데에는 일본식 정원이 있다. 아니, 중국식인가? 아무튼 잘 가꾸어진 정원에 시냇물, 정자, 작은 다리까지 있다. 푸드 코트에서 멍하니 정원을 구경하면서 무슨 맛인지 모를, 지독히 맛없는 볶음밥을 입에 집어 넣었다. 차라리, 팬더 익스프레스가 공항에 있으면 안되나? 왜 공항의 푸드코트는 비싸고 맛이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비싸지만 맛있다). 공항복도에는 하와이 노래와 훌라춤으로 아쉬움을 품고 떠나는 사람들을 달래주었다. 횡한 공항에 울려퍼지는 노래라 더욱 쓸쓸했다. 입국장에 이런걸 해주고 출국장에는 안해줬으면 좋겠다.

언제나 돌아가는 비행이 더 길고 힘들게 느껴진다. 비빔밥을 먹고, 지루한 영화를 두 편을 봤는데도 잠은 오지 않았다. 비행기에는 유난히 중국인들이 많았다. 중간에 꾸벅 꾸벅 졸다가 일어나니 아홉시간의 비행이 끝나고 있었다. 인천에 다다랐을 때에는 오후 네시. 기분이 이상했다. 하늘에는 분명 해가 비추고 있었지만 하와이와 비교해서는 어딘지 모르게 흐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인천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는 저녁 여덟시. 인천 공항에서 국내선은 몇 편 밖에 없는 것 같았다(대부분은 김포공항을 이용하는듯). 텅 빈 대합실에서 또 한 시간을 기다리다 비행기를 탔다. 인천공항에서는 거의 가수면 상태에 이르렀는데 계속 비행기만 타고 어딘가로 이동한다면 그것 또한 고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 오니 저녁이다. 입국장에는 나보다 약간 일찍 도착한 돌양과 우리를 픽업하러 , 바스락 형님이 와 있었다. 분명 부산이고, 도시고속 도로를 탔는데도 부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외국에 있다가 오면 언제나 이런 식이다. 비슷한데 어딘가 다른  고향의 모습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돌아왔다.

2011/4/21

Hawaii Day 54

day54

아침일찍 부터 다운타운 Ross 매장에 갔다. 참, 지난 밤에 우크렐레를 잃어버린 이야기부터 먼저 해야 겠다. 조카를 주기 위해 우클렐레를 사서 들고 다녔는데 알라모아나 쇼핑몰에서 배가 고파 세일을 하는 도시락을 벤치에서 먹었다. 다 먹고 짐가방을 사기 위해 Ross 로 발길을 옮겼는데 아뿔싸, 우클렐레를 벤치에 두고 온 것이 생각 난 것이다. 한 10분 정도 흘렀나? 벤치로 뛰어가다가 이상하게 그 자리에 우크렐레가 있을 같은 예감이 들었다. 누가 가져간다고 하면 여행의 끝이 우울한 에피소드로 끝나겠지만 뭐 어때… 벤치에는 여러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한 귀퉁이에 우클렐레 박스가 보였다. 그럼 그렇지. 헐레 벌떡 뛰어오자 사람들은 그것의 주인이 나인것을 금방 알아챈 것 같다다. 웃으면서 20달러를 내라고 해서 하이파이프를 해 줬다.

다운타운의 잡화 매장에는 놀랍게도 사이즈별, 색깔별로 다양한 짐가방이 있었다. 그 중에 저렴하고, 가볍고, 땡땡 무늬까지 있는 것으로 골랐다. 새 가방이 필요한 이유는, 당연히 돌양이 옷을 많이 샀기 때문. 게다가 우클렐레를 두 개 사고, 다른 하나를 선물 받기도 해서 총 세 개다. 두 개는 가방에 넣어가야 편할 것 같았다. 다행히 대한항공은 짐가방을 두 개 무료로 실을 수 있다. (델타항공은 하나를 실을 수 있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실을 수 있는 짐가방의 무게도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한다. 미국 항공사는 짐과 부가 서비스에 대해 점점 째째해지고 있다. 서비스 질의 저하가 과연 티켓가격의 인하를 주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비행기 티켓 가격이 10년 전과 비교해서(국제선의 경우) 별로 변하지 않을 거 보니 다행인것 같기도 하고….

다운타운을 지나다가가 재미있는 작품이 걸려 있는 갤러리를 지나갔다. 물속을 헤엄치는 뚱뚱한 여자들이 그려진 유화와, 기괴하고 해학적인 얼굴을 한 조각들(탈을 쓰고 있거나 동물과 함께 있고, 중국 고전 연극을 하는 듯한 얼굴에 흠집이 이리저리 나 있었다)이었는데 한참동안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디테일이 뛰어났다. 돌양은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꼭 호놀룰루 다운타운에서 갤러리를 해 보고 싶단다. 나쁘지 않다.

집으로 돌아와 참치 뱃살을 구워 먹고 청소를 했다. 그리고 짐을 쌌다. 새로 산 땡땡이 무늬의 짐가방이 없으면 어림도 없을 뻔했다. 짐을 쌀 때엔 어디엔가 중요한 것을 놔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부엌에, 화장실에, 찬장에, 서랍에… 넣지 못한 옷가지들도 많은데 결국 가방 구석 구석에 쑤셔 넣을 수 있다. 짐을 싼 뒤 늦은 오후에는 동글이 커플과 마지막으로 만나 바베큐를 해먹었다. 로컬들이 주말에 공원에 둘러 앉아 바베큐를 해 먹는 모습을 자주 봤기 때문에 우리도 꼭, 한번 해보자고 한 것이 마지막 날에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집에 커다란 누군가 놓고 간, 석탄 한 꾸러미가 있어서 그걸 이용해 보기로 했다. 고기는 동글이가 준비하기로 했고. 근처에 있는 Fort DeRussy 공원에 갔다. 주말이 아니라 공원도 한가하고 바베큐 자리도 몇 개가 비어 있었다. 하와이 공원에는 이렇게 바베큐를 해먹을 수 있는 그릴이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릴 이라고 해 봤자 강철로 만든 통과 그 위에 선반 정도다. 준비해둔 숯을 부에 불을 붙였다.(기름을 부어야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왠걸, 기름을 아무리 부어도 불이 붙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숯이 밀봉되어 있었으니 습기가 들어가지는 않은 것 같은데… 오래되어 불이 붙이 않은가 싶어서 ABC마트에서 다시 작은 숯과 기름을 사왔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불위에 고기가 지글거리며 타고 있는게 아닌가? 이 숯은 활활 타오리는게 아니라 은근히 열로 타오르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커다란 스테이크 두 개와 불고기를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과연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지만 한 입 두 입 먹다보니 자취를 감춰버렸다. 특히 두툼한 스테이크가 맛있었다. 특히 탄 부분이 더욱.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자주 해먹었으면 좋았는데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동글이 커플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을 마음에 들어해서,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싶어했다.맥주를 한 두잔 마시고 아쉽게 인사를 했다. 호놀룰루에서 막판은 이 커플과 가깝게 지내서, 이들을 왠지 버려두고 우리끼리 한국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각자의 삶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잘 살아가야 하겠지. 그들을 배웅하러 가는데 달이 유난히 밝아보였다.

2011.4.18

다운타운에서 본 인상깊은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