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했다. 날씨는 약간 흐렸다. 아침을 먹으러 로비로 갔더나 아주머니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했다. 8일 전에 봤으니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살짝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을 거니(빠통 비치에 갔다가 카타 비치에 갔다는 둥, 다시 왔다는 둥)기억이 난 것 같았다. 자신도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는 파통 비치의 한 리조트에서 청소 관리 담당 매니저로 일하다가 젊은이들에게 밀려서 이리로 왔다고 한숨을 쉬셨다. 테이블에는 유럽에서 온(이곳이 처음인 듯한) 여자 세 명과, 남자 네 명, 여자 커플 한쌍이 각각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아침은 근처 로띠 집에 가서 로띠와 카레를 먹고 빅씨(Big C)에 뭔가를 사러 왔다. 내가 이때까지 와본 빅씨마트 중 최고로 컸다. 기념품을 살까 하다가 스프링롤과 문어튀김 따위를 사서 먹었다. 버스를 타고 사판 인 공원으로 갔다. 시내 버스는 빙빙 돌아가는 것이라 속이 미싯거릴 지경이었지만 동네의 모습을 속속들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머물던 올드타운은 푸켓 타운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실재로 그 주변에 진짜 사람들이 진짜 삶을 살고 있었다. 관광객에겐 전혀 관심을 주지 않은 채로 말이다. 푸켓타운의 가장 남쪽에 있는 사판인 공원으로 왔다. 이제 막 문을 연 옷가게등이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한가한 모습이었다. 주인이 없는 개들이 어슬렁거리거나, 가족과 연인들이 소풍을 온 것처럼 보였다. 푸켓만의 물은 회색에 가까웠다. 저 멀리서 스티로폼으로 만든 배(혹은 그 비슷한 것)를 타고 수상쩍은 어업활동을 하는 사람을 몇 보았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감기 기운이 있었다. 집 앞에 있는 Kopitam Waili에서 한방재료가 가득 든 갈비탕(하고 비슷한 음식)을 먹고 개운하게 나았다. 그 옆에 있는 Waili 한약방이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한약방인데 그 집에서 카페를 만든 것이다. 푸켓타운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신문기사가 벽을 가득 채우고 있고 주인 아주머니도 그 세월을 겪어온 것처럼 보였다. (단, 서빙을 하는 하이톤의 남자는 제외) 샐러드도 깔끔하게 맛있고 돌양이 먹었던 수육도 맛있었다. 태국 음식과 중국음식의 결합이라고나 할까?
저녁엔 인터넷이 잘 안 돼서 근처에 있는 바에 들렀다. Anfiled 라는 곳인데, 알고 보니 유럽의 축구 구장 이름이다. 그래서 티브이에는 축구 경기가 흘러 나온다. 카페 이름 아래에 ‘You Will Never Walk Alone’이라는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문구가 걸려 있다. since 1895년이라고 적혀 있으니 100년도 넘은 카페다. 빈티지처럼 흉내내는 카페가 아니라 진짜 빈티지 카페인 것이다. 창밖에는 하얀 셔츠를 입은 할아버지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고 옆자리에도 젊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으나 곧 자리를 떴다. 이 집의 하얀 개는 하품을 하며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한 밤중에 포장마차가 몇 개 열었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음료수를 팔고 있었다. 차들이 뜸해진 길을 오토바이가 다니더니 음료수를 테이크 아웃해서 비닐 봉지에 들고 사라졌다. 그렇게 푸켓의 마지막 밤은 평화롭게 흘러갔다.
2013.9.23.(월)
푸켓은 용모양이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