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0 You’ll Never Walk Alone

day30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했다. 날씨는 약간 흐렸다. 아침을 먹으러 로비로 갔더나 아주머니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했다. 8일 전에 봤으니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살짝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을 거니(빠통 비치에 갔다가 카타 비치에 갔다는 둥, 다시 왔다는 둥)기억이 난 것 같았다. 자신도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는 파통 비치의 한 리조트에서 청소 관리 담당 매니저로 일하다가 젊은이들에게 밀려서 이리로 왔다고 한숨을 쉬셨다. 테이블에는 유럽에서 온(이곳이 처음인 듯한) 여자 세 명과, 남자 네 명, 여자 커플 한쌍이 각각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아침은 근처 로띠 집에 가서 로띠와 카레를 먹고 빅씨(Big C)에 뭔가를 사러 왔다. 내가 이때까지 와본 빅씨마트 중 최고로 컸다. 기념품을 살까 하다가 스프링롤과 문어튀김 따위를 사서 먹었다. 버스를 타고 사판 인 공원으로 갔다. 시내 버스는 빙빙 돌아가는 것이라 속이 미싯거릴 지경이었지만 동네의 모습을 속속들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머물던 올드타운은 푸켓 타운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실재로 그 주변에 진짜 사람들이 진짜 삶을 살고 있었다. 관광객에겐 전혀 관심을 주지 않은 채로 말이다. 푸켓타운의 가장 남쪽에 있는 사판인 공원으로 왔다. 이제 막 문을 연 옷가게등이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한가한 모습이었다. 주인이 없는 개들이 어슬렁거리거나, 가족과 연인들이 소풍을 온 것처럼 보였다. 푸켓만의 물은 회색에 가까웠다. 저 멀리서 스티로폼으로 만든 배(혹은 그 비슷한 것)를 타고 수상쩍은 어업활동을 하는 사람을 몇 보았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감기 기운이 있었다. 집 앞에 있는 Kopitam Waili에서 한방재료가 가득 든 갈비탕(하고 비슷한 음식)을 먹고 개운하게 나았다. 그 옆에 있는 Waili 한약방이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한약방인데 그 집에서 카페를 만든 것이다. 푸켓타운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신문기사가 벽을 가득 채우고 있고 주인 아주머니도 그 세월을 겪어온 것처럼 보였다. (단, 서빙을 하는 하이톤의 남자는 제외) 샐러드도 깔끔하게 맛있고 돌양이 먹었던 수육도 맛있었다. 태국 음식과 중국음식의 결합이라고나 할까?

저녁엔 인터넷이 잘 안 돼서 근처에 있는 바에 들렀다. Anfiled 라는 곳인데, 알고 보니 유럽의 축구 구장 이름이다. 그래서 티브이에는 축구 경기가 흘러 나온다. 카페 이름 아래에 ‘You Will Never Walk Alone’이라는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문구가 걸려 있다. since 1895년이라고 적혀 있으니 100년도 넘은 카페다. 빈티지처럼 흉내내는 카페가 아니라 진짜 빈티지 카페인 것이다. 창밖에는 하얀 셔츠를 입은 할아버지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고 옆자리에도 젊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으나 곧 자리를 떴다. 이 집의 하얀 개는 하품을 하며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한 밤중에 포장마차가 몇 개 열었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음료수를 팔고 있었다. 차들이 뜸해진 길을 오토바이가 다니더니 음료수를 테이크 아웃해서 비닐 봉지에 들고 사라졌다. 그렇게 푸켓의 마지막 밤은 평화롭게 흘러갔다.

2013.9.23.(월)

푸켓은 용모양이라는 사실!

Day 29 다시 푸켓타운으로

day29

아침엔 늦게 일어났다. 어제 파도를 두 번이나 탔기 때문인지 온 몸이 마구 쑤셨다. 짐을 싸고 정든 방을 나섰다. 5박 6일동안 있었던 집이다. 누군가가 반갑게 인사를 해주면 좋겠는데 아침에는 영어를 하지 못하는 아주머니들만 계신다. 그래도 눈빛으로 잘가라는 인사를 해 주었다. 굿바이.

느릿 느릿 가는 썽테우에 올라타고 푸켓 타운으로 갔다. 그곳에서 2박을 머문 뒤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가는 길에는 레지던스와 별장들이 많이 보였다. 이곳에 여행을 와서 아예 눌러앉아 버리는 사람들이 많을까? 충분히 그 마음 이해할 수 있다. 푸켓 타운에 도착해서 지난 번에 갔던 게스트 하우스에, 지난 번에 묵었던 방을 물어봤지만 없단다. 할 수 없이 그 옆방에 묵게 되었다.

짐을 잠시 맡기고 Khun Jeed Yod Pak 이라는 동네 식당에 들렀다. 일요일이라 다른 곳들은 다 문을 닫았는데 이곳만 북적거리고 있었다. 볶음 국수 전문점인 것 같았는데 튀긴 국수에 소스를 얹어 먹으니 맛있었다. 체크인한 숙소는 약간 어둡긴 해도 천정도 높고 침대도 크다. 페인트 칠도 새로 하고 화장실도 깔끔하게 단장한 것 같았다. 시내 버스(라고 해봤자 핑크색 썽테우 10밧)를 타고 한가한 타운을 돌아다니다 나이트 마켓에 들러 지난 번에 먹었던 해물집에 다시 들렀다. 아저씨는 머리를 깔끔하게 잘라서 알아보지 못할 뻔 했다. 명물인 게 커리와 새우 당면, 게살 볶음밥을 먹었다. 백화점 옆에 있는 마사지 샵에서 타이 마사지를 받았다. 규모가 꽤 컸는데 지금까지 태국에서 받은 마사지 중에 가장 전문적이었다. 혼자 받아서 직원들끼리 이야기하는 것도 없고,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도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니 당연히 잠이 잘 왔다.

2013-9-22(일)

맛있는 국수!


재밌는작품

새로 개장한 온온호텔


맛있는 게커리와 새우당면


한밤중의 푸켓타운

Day 28 하루에 두번 서핑은 무리다

day28

돌양이 감기와 몸살에 걸렸다. 아마도 에어컨을 많이 쐬었고, 비를 맞았으며 심하게 바다에서 논 것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침에 서핑을 갔더니 밀물에 파도가 너무 세게 몰려와서 보드를 띄우는 데만 힘을 다 써 버렸다. 초보는 이런 파도에 나오면 안되는 것이다. 조금 가다가 파도에 휩쓸려버리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팔이 떨어지는 듯 아팠다. 집으로 돌아와 지난 밤 산 카레를 먹었다. 너무 매워서 오믈렛을 사려고 우리 점심 가게에 갔지만 토요일이라 문을 닫는단다. 흐음, 패밀리마트에 들러 냉동이 된 패스트푸드 오믈렛과 갈비덮밥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갔다. 보통 태국의 쌀밥이 그리 찰지지는 않은데 데운 밥은 찰지고 맛있었다.
오후 네 시쯤 다시 바다에 나왔다. 날씨는 무척 맑고 아름다웠다. 물도 아래로 썰물이 되어 내려가서 잔잔한 파도 위에 훌쩍 일어설 수가 있었다. 서핑 레슨을 끝까지 받지 않은 게 잘한 짓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렵게, 보드 위로 설 수 있는 요령은 배운 것 같다. 문제는 파도를 넘어서 휙휙 타야 하는 것인데. 그건 다음에 천천히 해 봐야 겠지. 방갈로에서 의자에 앉으면 서핑하는 사람들이 다 보인다. 누구는 파도를 기다리면서 계속 떠 있고 누구는 파도에서 미끌어진다. 그걸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정원도 잘 가꿔 있고 무엇보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허술한 차림으로 돌아다녀도 된다. 내일은 이 숙소를 떠나 푸켓 타운으로 갈 것이다. 마지막 저녁은 레드 체어에서 쌀국수와 팟타이 생선과 닭튀김등을 시켜 배터지도록(언제나 이렇다) 먹었다. 집으로 오다가 카타민타(지난 숙소)에서 일하던 남자아이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름이 뭔지 물어볼 걸 그랬다. 오토바이도 주차해주고,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고, 숙소를 옮겼는데도 반갑게 맞아주는 착한 친구였는데.
집에서 인터넷으로 슈퍼스타 K를 봤다. 남은 맥주 세 개를 마셨다. 7/11 에 가면 맥주, 특히 창비어와 타이거가 남아 있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어제 패밀리마트에서 구입해 두었다. 낮에는 맥주를 파는 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지만 관광객은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았다. 돌양은 얼굴에 얼룩이 생겼다. 자세히 보니 탄 피부가 껍질이 벗겨지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후훗.

2013-9-2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