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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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비니지스 센터가 집 바로 앞에 있다. 호텔이 가득한 곳에 비즈니스 건물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의 하나다. 윗 층엔 도대체 어떤 사무실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2층에는 제법 규모 있는 나이트 클럽이 있었고(지금은 문을 닫았다)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안쪽에는 자그마한 일본 라면집이 있는데 점심을 그곳에서 해결했다. 스페셜 짬뽕을 시켰다. 양배추가 어마 어마하게 올라와 있어서 그걸 걷어내고 면을 먹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무튼, 양껏 배를 채우고 어디로 갈까 고민을 했다. 내일은 하와이를 떠나니까 오늘이 마지막으로 바다를 갈 수 있는 날이다. 고민 끝에 다이아몬드 헤드 비치로 가기로 했다. 일단 퀸스 비치로 걸어가서 바다 상태를 봤다. 여전히 멋있지만 파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카피올라니 공원을 주욱 걸어서 다이아몬드 헤드 비치에 다다랐다. 수위가 높아져서 모래사장이 굉장히 좁아져 있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은 얼마 없고 젊은 무리들이 몇몇 있을 뿐이었다. 전라를 하고 누워 있는 여자도 보이고 티팬티를 입은 게이 아저씨도 보였다. 바다로 들어가기에는 파도도 높고 의욕도 생기지 않아서 멍 하니 백사장에 있다가 물에 잠깐 들어가 보았다. 정말, 마지막이구나. 한 달간의 와이키키 생활은 약간 지겹기도 하고, 모자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번엔 와이키키 보다는 호놀룰루라는 도시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쌌다. 책은 생각보다 많이 산 것 같고, 선물도 샀다. 많은 짐들을 어떻게 세 개의 짐가방에 담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돌양의 짐 싸기는 신공에 가까워서 맥주 그라울러까지 가방에 넣을 수 있었다. 케이스를 포함한 우크렐레 두 개 까지도. 저녁은 알라모아나의 스트릿 사이드 인에서 해결했다. 튀긴 폭찹과 김치 볶음밥, 그리고 샐러드를 시키니 완벽했다. 지나가는 길에 이치리키 나베 전문점과 이자까야도 지나쳤다. 아, 이 동네를 조금 더 탐방했어야 하는 건데. 월 마트에 기념품을 사러 가는 길에 녹차 스타벅스 같은 가게에도 들렀다.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시원한 차를 마시며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월마트에서는 코나 커피 몇 봉지를 샀다. 건너편 로스에서는 슬리퍼와 옷 몇벌을 샀다. 집으로 돌아와 그것까지 다 집어넣고 마지막으로 야드 하우스에 갔다. 일요일 밤 10시 반부터 해피아워다. 마우이 빅 스웰과 코나 캐스트 어웨이 IPA가 나의 마지막 맥주 리스트였다. 혀에 닿는 맛으로 나는 하와이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포키 스택도 먹었다. 냠냠. 그리고 굿바이.

차이나 타운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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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겸 점심은 미 바비큐에서 먹었다. 일요일은 문을 열지 않으니까 미바베큐에서의 마지막 식사다. 미 바비큐는 마루카메 우동과 함께 와이키키에서 가장 자주 왔던 식당이다. 부담없이 한국의 맛을 볼 수 있다. 양이 푸짐해서 둘이서 하나만 먹어도 충분하다. 우리가 주문하는 메뉴는 언제나 갈비와 생선전. 반찬은 오이김치 두 개, 감자, 당면. 새삼스레 느끼는 것인데 직화 갈비가 맛있기는 해도 너무 달다. 밥을 먹고 돌양과 잠시 퀸스 비치로 갔다. 돌양은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파도는 그저 그랬다. 물도 그닥 투명하게 보이지 않았고.

오후는 차이나 타운에서 보내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서 가게는 문을 많이 닫았다. 차이나 타운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번에 몇 번 왔어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었다. 호놀룰루 잡지에서 나왔던 빵집에 가봤으나 문을 닫아서 아쉬웠다. 어쩐지 맛있어 보이는 베트남 음식점도 몇 개 보였다. 그 중에 스케이트 보드와 티셔츠를 파는 ‘너무 힙한’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 봤다. 변화하고 있는 차이나 타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가게가 아닐까? 서핑보드와 스케이트 보드는 묘한 연결점이 있다. 다 같은 보드라는 것 말고도 젊은이들의 터프한 스포츠라는 공통점, 그리고 이 문화가 제 3 국으로 전파되어서 서핑 자체가 아니라 서핑을 하는 패션이 중요하게 되어버린다는(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사실이다) 공통점이 있다. 보드에 그려진 그림이나 멋진 티셔츠는 보드 타기에 중요한 부분이 아닌데 말이다. 보드를 타는 게 번지는 것이 아니라 ‘보드 룩’이 중요하다. 거리를 다니면서 사진을 조금 찍었다. 중국 국수 공장에서 한 컷, 오래된 간판 아래서도 사진을 한 컷 찍었다. 진과 프레드를 차이나 타운에서 보기로 했는데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았다. 돌양은 로스에서 쇼핑을 하고 나는 건너편 스타벅스에서 1달러 짜리 커피를 시키고 창 밖을 구경했다. 홈리스 한 명이 옆에 있는 투명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는 이 거리 주변은 유난히 홈리스가 많다. 와이키키보다 더 정신 상태가 불안한 사람같아 보였다. 거리에 그냥 누워있는 사람들도 많고.
럭키벨리에서 진과 파트너를 만났다. 검은 바탕에 하얀 선으로 돼지 한 마리가 그려진 간판이 독특해서 한 번 가보고 싶은 음식점이었다. 가게 안에는 일본 여자작가가 그렸을 법한 팝 아트 작품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주인공이 여고생이다) 메뉴는 일본 라면인데 옷을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근처 오페라 극장에 가기 전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서 온 것 같았다. 전체요리로 삼겹살이 들어간 번을 먹고 각자 라면 한그릇 씩을 시켰다. 나는 비트 샐러드를 시켰다. 상큼한 요리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다. 아니나 다를까, 다들 커다란 그릇에 나오는 라면을 다 처리하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물론 내가 도와 줬다. 라멘이 맛이 없을 수는 없는데 이 집은 과하게 뭔가를 하려는 시도가 보였다. 음식은 장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맛이 중요한 것이다. 밥을 먹고 근처에 있는 아이리쉬 바 JJ Dolan’s 에 갔다. 맛있는 피자 굽는 냄새가 났는데 다음에 꼭 피자도 먹어봐야 겠다. 병으로만 마셨던 시에라 네바다 루스레스 라이 IPA를 마셨다. 진은 요즘 우클렐레 만드는 과정을 강습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그런 강습이 열려도 잘 될 것 같았다. 강습 끝에는 자신이 우크렐레를 하나 완성하게 된다. 오툴스 아이리쉬 바에 가서 한 잔 더 했다. 아일랜드 전통 음악에 사람들도 전통적인 춤을 췄다. 우리를 집까지 태워주고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했다. 프레드에게 강작의 바디보드를 줬다. 손잡이가 달려 있지 않지만 크고 튼튼한 보드다. 하와이에 온 지 2년이 넘어가는데 바디보드를 한 번도 타 본적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하와이는 그저 공부를 하고 일을 해야 하는 고단한 장소일 뿐인 것 같았다.

와이키키 아침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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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한 일곱 시 쯤이었나? 혼자 천천히 걸어서 와이키키를 둘러봤다. 아침 일곱시의 와이키키는 대낮과는 달리 일을 하러 가는 사람들과 조깅을 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모든 가게는 문을 열기 전이다. ABC 스토어의 99센트 커피를 사서 슬슬 구경하는 것이 제격이다. 운동화를 신고 사람이 없는 로얄 하와이엔 센터를 돌거나(어쩐지 좀 으스스하지만), 비치워크를 따라 아래로 걷다가 한 번쯤 가봐야지 했던 돈까스 집을 지나쳤다(도대체 28달러 짜리 돈까스는 어떤 맛일까?) 사람들과 차들이 복잡하게 거리를 채우고 있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산책을 할 때엔 보였다. 집으로 돌아갈 때엔 버스를 탔다. 오늘 하루는 알라모아나 비치에 가서 스노클링을 해보기로 했다. 예전에 동글이와 태준이와 함께 물에 풍덩, 뛰어들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버스를 잘못내려(언제나 한 두 코스 일찍 내리는 게 문제다) 알라모아나 비치 끝에 있는 부두를 걷게 되었다. 부두 건너편에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굉장한 요트들이 정박해 있었다. 저런 요트를 타고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주인인 듯한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야구모자를 쓴 평범한 사람이었다. 알라모아나로 가서 오랜만에 (처음으로) 반즈앤 노블에 들렀다. 새로 나온 전자책 리더 누크도 보고(컬러 타블렛 버전이 200달러도 안한다), 잡지도 뒤적거렸다. 로드 트립에 관한 새 소설도 있어서(무려 80년대 생이 쓴 데뷔작,) 살펴봤다. 강작과 류작을 랑데부해서 랍스터 킹에 밥을 먹으러 갔다. 어제 킹 스트릿을 산책하다가 발견한 대형 중국 식당이다. 짜장면과 짬뽕 메뉴가 있어서 한국 사람이 하는 줄 알았는데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중국인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짬뽕도, 짜장면도 맛있고 밥알이 알알이 입에 도는 볶음밥도 맛있었다. 가장 맛있는 건 랍스터 양념 볶음이었다. 매콤하고 담백한 양념으로 작은 랍스터 한 마리를 볶아내 주었다. 한국 손님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는데 짬뽕이나 짜장면을 먹으러 왔다가 다들 커다란 랍스터를 주문하는 것 같았다.
밥을 먹고 원래 가려고 했던 부두로 갔다. 입구서부터 홈리스들이 텐트를 쳐 놓고 마치 무슨 행사를 하는 것처럼 주우욱 줄지어 있었다. 물 속에 들어가봤더니 별건 없었다. 약간 불어닥치는 물결이 넘실거릴 뿐이었다. 집에 돌아가다가 쿡 스트릿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래피티들이 여기저기에 (의도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삭막한 공업지역을 알록달록에게 잘 꾸며 놓았다. 바로 퀸스비치로 달려가 파도를 탔다. 이제는 꾼들만이 탄다는 중간 오른쪽 지역을 도전했다. 파도가 세지 않아서 그런지 대충 즐기면서 탈 수 있을 정도였다. 마지막에 오리발이 벗겨져서 돌양이 찾아와야 했지만.

저녁에는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강작과 류작이 해 줬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장을 보지 않고 밥을 사먹을 예정이다. 김치만 들어간 김치찌개도 나름 괜찮았다.서핑보드를 크레이그 리스트에 내놓았는데 산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딸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는 남자가 귀여은 폭스바겐을 몰고 왔다. 이리 저리 보드를 살펴보더니 가격을 내릴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이야기 하니 어깨를 으쓱거리며 보드를 사갔다. 원래 내가 샀을 때의 가격보다 5달러 내린 가격이었다. 5달러 어치보다 훨씬 많은 파도를 탔지만 이 녀석은 다루기가 애매했다.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가 편할 뿐, 바다에서는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 덕에 열심히 팔을 저어서 운동은 충분히 했다.